우주의 탄생과 빅뱅
엔트로피와 중력이 우주의 시작과 끝을 함께 여행할 가이드라고 생각해봅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은 점점 소모되고 퇴화합니다. 질서 있던 것이 점점 무질서한 것으로 바뀌고 이는 세상의 모든 물질을 따르는 법칙입니다. 엔트로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열역학 제2 법칙입니다. 머그잔이 있다고 해봅시다. 머그잔은 수많은 입자가 질서 정연하게 배열된 상태입니다. 시간이 흘러 머그잔은 소모되거나 깨져버립니다. 입자들이 질서 없이 흩어져 버리는 것입니다. 세상은 저 엔트로피에서 고 엔트로피로 변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엔트로피를 이해하면 오늘의 상태는 오늘보다 엔트로피가 낮은 어제 상태에서 비롯되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논리를 계속 적용하면 어제는 그저께, 그저께는 그 훨씬 전으로 소급되다가 결국은 엔트로피가 가장 낮았던 우주의 기원 빅뱅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현대 우주론에 의하면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억 년 전에 초고온 초고밀도에 작은 덩어리 안에 응축되어 있던 것이 거대한 폭발과 함께 팽창되어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빅뱅은 무엇을 유발했을까 생각해봅시다. 지름이 10억 곱하기 1억 곱하기 10억 분의 1미터인 작디작은 영역에는 특별한 형태의 에너지 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인플라톤이라 합니다. 초기 우주는 극도로 역동적이어서 인플라톤 장이 끓는 물의 표면처럼 격렬하게 요동쳤습니다. 이때 일순간 인플라톤의 장이 값이 균일하게 분포된 상태가 생깁니다. 이는 펄펄 끓는 물에서 갑자기 일순간 표면이 평평해지는 것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기막힌 우연히 일어나야 합니다. 인플라톤의 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으면 밀어내는 중력이 일어납니다. 이 특정 조건에서는 중력이 당기는 힘이 아니라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합니다. 빅뱅이 일어나기 전 영겁의 시간 속에서 엄청나게 작은 확률로 인플라톤의 값이 균일해지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밀어내는 중력이 일어나고 빅뱅이 촉발됩니다. 우주적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인플라톤의 기원을 물어본다면 아직 물리학이 답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밝혀내고 가설을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여기까지입니다.
무질서 속에 서서히 생기는 질서
빅뱅 이후의 우주에서 인플라톤은 팽창하다가 비눗방울이 터지듯 터져서 에너지가 입자 안개로 변합니다. 입자는 뭉치고 분해되어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우리에게 친숙한 입자가 됩니다. 그 후 아주 작은 차이로 인해 변화가 생깁니다. 양자적 불확정성에 의해 장은 완전히 균일할 수 없습니다. 국소적인 온도 변화가 생기고 주변보다 약간이라도 밀도가 높은 지역이 생깁니다. 밀도가 높은 곳에 중력이 강해져서 입자가 모여듭니다. 중력이 더욱 강해집니다. 더 많은 입자가 모여듭니다. 이를 중력의 눈덩이 효과라 부르는데 수억 년이 지나면 중력이 더욱 커져서 중심부의 질량 압력 온도가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중심부의 온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핵융합이라는 물리적 과정이 시작됩니다. 원자핵끼리 합쳐져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이때 외부로 향하는 압력이 생성되어 안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균형을 이룹니다. 그리하여 안정적인 상태에서 열과 빛을 방출하는 거대한 천체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것을 한 글자로 줄인 것이 바로 별입니다. 별 밤하늘을 채우는 빛을 내는 존재입니다. 별은 핵융합으로 빛을 만들어내고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나중에 지구와 생명이라는 더 큰 질서로 이어집니다. 한쪽 계에서 더 큰 무질서가 만들어지면 다른 한쪽 계에서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앤드 오브 타임은 이렇게 말합니다. 별 우주 생명은 우주가 엔트로피라는 춤을 추다가 만들어진 질서이다. 47억 년 전 충격파가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다가 수소와 헬륨으로 이루어진 구름을 관통합니다. 주변보다 밀도가 높은 지역이 형성되고 중력의 눈덩이 효과가 나타납니다. 강한 중력에 작용하여 중심부로 물질에 모여듭니다. 중심부의 온도가 임계점까지 오르자 핵융합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우리의 태양이 탄생했습니다. 수백만 년 후 태양 회전 원반의 일부 파편들이 자체 중력으로 뭉쳤습니다.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의 경우 중력이 약해서 압력에 저항하는 원자 고유의 능력만으로 중심부가 적절한 크기를 유지합니다.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온도만 적당히 뜨거워졌습니다. 그 후 책은 진화라는 가이드와 함께 분자가 진화하고 생명이 탄생하고 의식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우주의 종말
우주의 시간대는 인간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규모로 시간을 축소해 보겠습니다. 102층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우주의 달력이라 해봅시다. 이때 한 층이 올라갈수록 시간은 10배 더 길어집니다. 1층이 빅뱅 후 10년이라면 2층은 100년 3층은 천년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12층에서 13층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빅뱅 후 1조 년에서 10조 년을 조망한다는 뜻입니다. 먼저 10층으로 가보면 태양의 핵융합 반응이 끝납니다. 연료인 수소가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핵융합이 끝나면 중력이 다시 주도권을 갖습니다. 중심부에 질량이 다시 응집되면서 온도가 대책 없이 올라갑니다. 약 55년 후에는 태양의 중심 온도가 헬륨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높아집니다. 탄소와 산소가 생성되기 시작하고 잠깐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다가 태양은 얌전한 작은 별로 수축됩니다. 탄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초고밀도 부위만 남게 됩니다. 이런 별을 백색 왜성이라 부르고 그 후 수십억 년 동안 빛을 발하다가 결국 태양은 차갑고 죽은 별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게 10층의 모습입니다. 12층으로 올라가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높아져서 결국 빛보다 빨라지게 됩니다. 모든 물체는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떠오를 텐데 그건 물체의 한계이고 공간의 팽창 속도는 빛보다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12층에서 우리는 다른 은하를 볼 수 없게 됩니다. 멀어지는 속도가 빛보다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때 하늘은 칠흑 같은 어둠일 것입니다. 이를 천문학자는 우주 지평선이라 부릅니다. 12층에 인류가 남아 있다면 그들이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사라져 있습니다. 우리가 우주에 대한 지식을 전수한다 해도 그들이 믿을지 모르겠습니다. 먼 미래에는 모든 진실이 지평선 밑으로 숨어버리고 우리 후손들은 우주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집 4층에서는 모든 별이 빛을 잃습니다. 더는 핵 유합을 일으킬 재료도 온도도 없기 때문입니다. 20층부터는 중력파가 중요해집니다. 행성은 궤도를 돌 때 중력파를 방출합니다. 이는 에너지를 조금씩 낭비하고 있다는 뜻인데 23층 24층으로 올라가면 모든 별은 결국 블랙홀에 가까워지다가 삼켜집니다. 37층에 도달하면 거의 모든 은하가 블랙홀 속으로 사라집니다. 37층에서는 우주여행을 해봐야 구경거리가 없습니다. 홀로 외롭게 떠다니는 죽은 별이나 블랙홀만 간간이 눈에 뜨일 것입니다. 38층에 도달하면 양성자가 붕괴됩니다. 모든 구조물의 구성 성분인 원자 분자가 산산이 분해된다는 뜻입니다. 이때가 되면 우주에는 전자 양전자 광자와 같은 기본 입자와 괴물 같은 블랙홀만 남게 되고 68층에서 100층에 도달하면 블랙홀마저 최후를 맞이합니다. 복사를 방출하며 질량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 102층에 도달하면 대형 블랙홀이 마지막 복사를 뱉어내고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입자의 안개만 우주를 차지합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시계를 앤드 오버타임 시간의 끝이라 말합니다. 시간이 멈추진 않겠지만 변화라고 해봐야 광대한 공간에서 입자가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이 전부이고 우주는 망각의 세계로 사라져 버립니다.
미래까지 예측하는 우주의 일대기
저는 이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그 끝은 어떤 모습일까, 영겁의 시간이 지나면 태양 지구 은하 우주라는 온 세상은 어떤 끝을 맞이할까 고민해 본 적 있습니다. 앤드 오브 타임은 입자 물리학 우주론을 기반으로 우주의 시작과 끝을 말하는 책입니다.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대중 과학 전도사라 불리는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이 집필한 책입니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주에 대한 신비와 경외감 그리고 인간이라는 기적을 만나게 됩니다. 우주의 기나긴 시간을 보면 우리가 존재하는 짧은 시간은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시간입니다. 소규모의 입자들이 모여들어 별을 만들어냈고 지구를 만들어 냈고 생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생명에서 의식이 만들어졌고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자아를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생명체들이 반대로 아름다움을 느끼며 이성의 힘으로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고 있고 인간이 살 수조차 없을 먼 미래까지 과학의 힘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놀랍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는 보통 빅뱅을 비롯하여 우주의 시작은 많이 접해봤지만 끝은 잘 들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 그리고 수억 년이 흐르고의 우주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들은 앤드 오브 타임을 통해 이 세계 이 우주의 시작과 끝을 만나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주가 전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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