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이 던지는 세 가지 질문
오늘 요약해드릴 고전 필독서는 과학자 칼 세이건의 대표작 코스모스입니다. 이 책은 원래 책으로 나오기 전에 다큐멘터리 시리즈였습니다. 다큐가 유명해지자 역으로 책이 발간된 케이스입니다. 책이 좀 오래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일부 내용 중에는 수정돼야 할 것들이 좀 있습니다. 명왕성이 이제는 중력이 약하다는 게 밝혀져서 더 이상 행성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저자가 행성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명왕성을 행성이라고 기술한 것, 그리고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던 흔적이 있을 거라고 칼 세이거는 말했지만 지금까지 탐사한 바로는 그런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있어서 헷갈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일단 너무나 유명하고 읽을 만한 가치가 아직도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책인 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도 이렇게 장대한 서사로 우주의 역사를 전방위로 읽은 책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은 단순히 천문학만 다룬 책이 아닙니다. 진화 생물학적인 측면도 있고 내용에 따라서는 역사학, 과학자 열전, 미래학, 기후학 등 다양한 성격의 학술적인 논의들이 한 데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다방면으로 유식해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 원작인 다큐부터가 13부작이었기 때문에 책 분량도 어마어마하기에 요약해드립니다. 이 책의 요지를 하나로 관통하는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화가 폴 고갱이 그린 명작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무려 700쪽이 넘는 이 방대한 분량을 압축해서 핵심만 정리하자면 바로 이 그림의 제목처럼 세 가지 사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 그림처럼 이 세 가지 사항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대답하고 있는 구조로 책을 기술하였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이고 답변은 태초 빅뱅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우주 물질에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이고 대답은 이 세계를 이해할 줄 아는 방식으로 진화한 존재이지만 코스모스 전체 속에서 티끌만도 못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답변은 어쩌면 더는 지구에서 살지 못해 제2의 삶의 터전으로서 또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미래에는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지도 모른다라는 것입니다.
우주와 별개의 존재가 아닌 인간
사실 이 책이 우주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천문학 책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특별한 책처럼 취급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코스모스라는 책 외에 다른 천문학 책들은 우주를 설명할 때 우리 지구에 사는 생명체 즉 인간이나 동식물 같은 유적물들을 배제한 채 설명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 책 코스모스는 다릅니다. 이 책은 우주 속에 떠다니는 물질이 지구상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 그 자체이고 인간이 진화하는 원리와 방식처럼 우주도 비근한 원리와 방식으로 진화 중이라고 설명을 하면서 끊임없이 우주와 인간 우주와 생명체 간의 상관관계를 따집니다. 우주라는 핵심 소재에 지구상의 생명체를 계속 연계시키는 것입니다. 이전의 천문학 책들이 우주는 우주이고 지구인은 지구인이라고 이 둘을 별개의 층이라고 전제한 채 이론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 코스모스는 그러한 측면을 비틀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건 단순한 천문학 책이 아니라 천문학과 진화 생물학을 한데 합쳐서 그야말로 특이하고도 기념비적인 시도를 성공시킨 과학서적입니다. 칼 세이건의 주장은 이런 것입니다. 빅뱅에서 모든 우주가 시작됐고 그때 파생된 탄소, 질소, 산소와 같은 온갖 우주 물질들 중에서 일부 물질들이 우연적이고도 결정적으로 상호작용한 나머지 지구상의 생명체라는 것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칼 세이건이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우주로부터 왔고 우주 숨결이 우리 세포 속에 심어져 있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우주, 별, 인체, 생명체 이 모든 것들을 이루는 근본 물질은 서로 동질적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탄생하고 죽는 것처럼 별들도 출생과 사망의 과정이 있는 것, 지구상에서 자주 발견되는 프렉터 구조가 우주론에도 적용된다는 것, 그리고 지구상의 근본적인 물리학 법칙들이 우주 공간 속의 모든 존재에도 놀라우리만큼 잘 통용된다는 것 등을 근거로 이 책 속에는 인간이 별과 닮았다는 논지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게 바로 앞서서 폴 고갱의 그림에 비유한 첫 번째 질문 사항의 대답입니다.
인간은 엄청나게 진화한 먼지
그럼 두 번째 질문은 그럼 우리는 대체 무엇이고 누구냐는 것입니다.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의 말에 따르자면 우리 인간은 점차 세계와 우주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정확하게 인식할 줄 아는 방식으로 진화해 온 존재입니다. 이 책의 진화생물학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우리 인간이 원시인 수준에서 어떻게 이렇게 우주의 탐사선을 보낼 수 있는 수준까지 변화했는지 진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챕터 챕터별로 자주 등장합니다. 그리고 하늘의 원리를 깨닫고 우주의 법칙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이 케플러, 뉴튼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계의 3대 천재 과학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위인전이나 역사학 책과 같은 면모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우주를 알면 알아갈수록 인간은 우주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어느 정도 소외감 허탈함 왜소함을 느낀다는 것이 칼 세이건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과거의 인류는 하늘에 나타난 현상을 이해하는데 지구를 중심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또 시간을 인식할 때도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중점에 두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우주의 비밀을 밝힐수록 그게 사실이 아니고 지구는 우리 은하계의 아주 작은 일부분인 데다 우주 중심에서 보면 한낱 변두리에 위치한 행성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인간은 티클만도 못한 존재에 불과한 것입니다. 시간에 관한 관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에 비유하면 우리 인간은 자정이 거의 다 돼서야 나타난 존재에 불과합니다. 지구의 역사만 해도 그 정도인데 우주의 역사를 24시간에 비하면 우리 지구와 인간은 그야말로 한낮 찰나에 불과한 시간을 겪은 셈입니다. 우리는 우주의 원리를 탐구할 만큼 지적으로 발달한 존재이지만 우주가 보여준 거의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미미하고도 미약한 존재다라는 것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인간의 미래 방향성
마지막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내용이 저자 칼 세이건이 가장 하고 싶었던 중요한 말입니다. 칼 세이건 스스로도 평생을 과학자로 살면서 가장 열심히 추구했고 거의 천착하다시피 관심을 가졌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칼 세이건은 외계에는 우리 말고도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살 것이고 미래에는 그 지적 생명체와 조우할 가능성이 반드시 있을 것이고 우리는 이대로 환경을 오염시키며 살면서 끝내 지구를 멸망시켜버릴 것이기에 지구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차게 되면 불지옥이 되어버린 금성처럼 지구도 언젠가 온실효과로 불지옥이 되어 버려 우리는 또 다른 행성으로 터전을 옮겨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칼 세이건이라는 학자는 외계 생명체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과학자였고 코스모스 말고도 콘택트라는 sf 공상 소설도 썼습니다. 책 코스모스 속에도 이 콘택트라는 소설만큼은 아니지만 이 드넓은 우주에 우리처럼 고등한 지적 생명체가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는 점 그리고 그들과 소통할 확률도 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소통을 할 때 우리가 어떻게 그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아야 좋을지 뭐 이런 것들을 언급하는 대목들이 제법 들어있습니다. 이게 바로 칼 세이건이 상상한 인류 미래 지능형 삶입니다. 한편 칼 세이건은 환경오염 문제 등 인류 미래를 약간은 비관한 부분도 있습니다. 온실 효과라는 개념을 금성을 탐구하다가 만든 사람이 바로 칼 세이건이고 우리 지구도 지금과 같은 환경오염이 비가역적으로 악화되어 버리면 언젠간 금성처럼 불지옥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고 이 책에서 경고합니다. 세이건은 현재 지구 상태를 불안정한 평형 상태라고 말합니다. 어떤 하나의 별이 지속적으로 존속하려면 여러 가지 물리적 화학적 환경적 요소 등이 서로 안정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 지구는 아직 표면적으로는 평형인 듯 보이긴 하지만 이 평형 상태가 언제 어떻게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최악을 생각해 보자면 우리의 환경오염이 임계점에 달해 지구 평형 상태를 깨뜨려버리는 순간이 올 수도 있고 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지구에서 살지 못하고 어쩌면 다른 별을 찾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마지막 세 번째 질문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관한 최종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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