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과학책 리뷰 / / 2022. 10. 27. 21:30

과학은 태도이다. 친숙하고 따뜻한 물리학책 추천 <떨림과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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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출처: Yes24

친숙하고 따뜻한 물리학

떨림과 울림은 알쓸신잡 시즌3에 나오시면서 더욱 유명해진 김상욱 물리학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 이 책은 매우 인문학적인 느낌의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이 말하는 떨림과 울림이란 세상을 구성하는 원자와 전자의 진동을 의미합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진동 운동을 하며 떨림을 보내면 우리는 그 진동을 통해서 색을 인식하기도 하고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최근 세상을 만물이 보내오는 진동의 떨림과 그 떨림을 받아들이는 울림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과학 특히 물리학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물리적 법칙을 보다 친숙하고 따뜻한 언어들로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자가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

저자는 책의 말미에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과학의 가치가 어떤 과학적 발견이 갖고 있는 학문적 경제적 효용 가치에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법칙에 녹아 있는 철학적 가치에도 의미가 있다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학적 법칙이 삶에 대한 태도로서 해석될 만한 지점들도 많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자가 부록에서 인용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의 문장처럼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의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인 만큼 각자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과학적 법칙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에는 특히 저자가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냉정하게 검증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과학이 불확실성을 안고 간다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저자가 환원과 창발의 대립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에 함께 생각해 본다면 안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환원주의는 복잡한 상위 개념이나 사상을 하위 단계의 요소로 나누어서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를 뜻하는 철학용어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더욱더 작은 단위로 쪼개어서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하는 태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위키백과에 따르면 창발이란 반대로 상위 개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 하위 단계의 요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간단히 말해보자면 작은 단위에 대한 파악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큰 단위에서만 관찰되는 법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환호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작은 것을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창발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서는 나오지 않는 특징을 보기 위해 큰 단위를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의 기본 입자를 연구하는 입자 물리학이나 원자나 전자 등의 미시 세계의 운동을 이해하는 양자 역학이 환원적 관점이라면 입자의 응집으로 이루어진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는 응집물리학이나 거시 세계의 물체의 운동을 이해하는 고전역학은 창발적 관점이라고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 과학의 태도

저자는 환원적 관점과 창발적 관점의 차이를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으로 이해하는 지점에서 과학 하는 태도, 과학적으로 아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작은 단위인 원자가 모여서 우리 몸에 적혈구 세포를 이루었을 때 적혈구 세포는 원자 단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적혈구 세포만의 특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면 이때 적혈구를 구성하는 원자에 대한 이해는 잘못된 것이냐 묻는다면 그것이 아니라 원자 수준에서는 원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듯이 적혈구 수준에서는 세포 수준에 대한 이해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고전역학과 양자 역학을 대립으로 보는 시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뉴턴의 고전 역학이 세상을 이루는 더 작은 단위인 전자와 원자에서는 적용되지 않으니 그렇다면 고전 역학은 틀린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거시 세계에서는 고전 역학이 필요하듯이 미시 세계에서는 양자 역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스케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과학자들이 무언가 안다는 것은 일정 범위의 거리나 에너지 영역에서 잘 작동하는 생각이나 이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하면서 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스케일에 대한 기술이 생략되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아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것이 과학 하는 태도라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 하는 태도를 우리 삶에 적용해 본다면 나에게는 상식인 것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조금 더 관대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주가 우리에게 보내는 진동과 그것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과학 하는 태도를 통해서 원자 스케일로 이루어진 유물론적 세계를 인간 스케일의 의미론적 렌즈를 끼고 볼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책 김상욱 교수님의 떨림과 울림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어렵게만 느껴지던 물리학을 좀 더 깊이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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